달도 머물다 간다는 영도군 황간면 월류봉 전경
이번 식후경의 목적지는 진주에서 기차로 한 시간 내 있는 김천에서 15분 정도 더 가야 하는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매곡리다. 포도와 사과가 주로 나는 영동은 고즈넉한 산골 마을로, 비 오는 오후에 들른 매곡리 ‘산뜰애 체험마을’은 오후 세 시만 되어도 깜깜해지는 시골길과 저수지를 품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여행에선 식후경 전 마을 주위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찾은 곳은 와인터널과 월류봉. 영동 와인터널은 전국에서 와인 역사를 가장 깊고 세밀하게 다룬 곳으로 유명하다. 스산하면서도 따뜻한 이율배반의 동굴 속 기운이 그 역사를 취기 마냥 은근히 전해왔다. 여기에 달도 머물다 간다는 월류봉은 잔뜩 흐린 날씨 탓에 비록 색감은 아쉬웠어도 피어오른 안개만큼은 그 명성에 어울리는 운치를 봉우리에 심어놓았다.
전국에서 와인 역사를 가장 깊이있게 다루고 있는 영동 와인터널 내부 모습
영동의 대표 음식은 다슬기 즉, 올갱이다. 올갱이는 바닷가에 사는 PSY는 평소 접해 보지 못한 민물 생물로, 특이한 건 영동에선 올갱이를 ‘올뱅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물살이 센 청정 1급수에서만 자라는 올갱이는 차가운 성질로 간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 숙취와 갈증 해소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열이 많은 나에겐 제격인 셈이었다.
체험 마을 주민들과 함께 간 민물 요리집은 평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장소 중 하나였다. 대진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던 20여 년 전, 금강 휴게소를 들르면 꼭 찾곤 했던 도리뱅뱅이 집 같아 개인적으론 진한 향수에 휩싸였다.
영동 인터식당(위)과 일미식당(아래)의 올뱅이국
도리뱅뱅이는 작은 피라미를 튀겨 둥글게 둘러 앉혀놓고 그 위에 양념장을 얹어주는 금강 주변 대표 음식으로, 사장님께서 이날은 이른 봄이라 피라미 대신 빙어를 내주셨다. 이어 나온 어탕국수는 갈아 놓은 민물 생선에 야채를 함께 끓여낸, 평소 진주에서도 자주 접한 음식이지만 영동의 것은 수질과 어종이 달라 그런지 더 얼큰하고 시원했다.
영동군 찐한식당의 도리뱅뱅이와 어탕국수
이번 영동행은 민물고기엔 특유의 흙내가 있다는 내 선입견을 완전히 깨부숴준 여행이었다. 4월 말경엔 도리뱅뱅이 축제도 한다고 하니 꽃놀이 겸 봄나들이 삼아 한 번 들러봄직 하다.
글·사진 / PSY
저작권자 © 미디어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미디어팜( http://www.mediafarm.kr )
http://www.mediafarm.kr/news/articleView.html?idxno=502